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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2 B형 남자의 망신스런 책 읽기...--;; 12
- 2010.11.09 절망적인 자화상... '허수아비춤' 12
- 2010.11.01 나도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공포영화관' 10
- 2010.10.28 우연성으로 인한 부조화 '악마의 눈물 Devil's Teardrop' 2
나는 B형 남자. 개인적으로 혈액형별 성격 운운 하는 글에 신뢰도 0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흔히 B형 하면 떠올리는 여러 가지 유형들... 싸가지, 괴팍, 외골수, 심한 감정기복, 소심, 뜬금없는 다혈질, 한 우물 파기, 뒤 끝 심함 등등의 실제 증거물라는 배우자님의 핀잔을 반박할 근거 또한 하나도 없다. 이젠 배째라다...!
그 중 가장 심한게 '한 우물 파기'인데,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고, 싫어하는 것으로부터는 슬금슬금 멀어지고픈 게 사람들 공통된 마음이라 해도, 싫어하는 것 또한 필요에 따라 돌아봐야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라 한다면 이 부분에선 완전 젬병 수준의 상태다.
싫은 건... 주위에서 뭐 거의 와이프님이지만... 줄기차게 잔소리해도 헤~ 웃으며 그 순간만 모면하지 결국 관심을 던지진 않는게 나란 사람의 실체이니 그저 관심가는 것, 좋아하는 것, 당시에 하고 싶은 것에만 관심과 애정을 주는 옹고집과 이를 교화시키려는 와이프님과의 티격태격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편.
이 한 우물 파기는 책 읽기에서 또한 마찬가지인데...!
언젠가, 도서관 서가에 재테크 관련 서적이 기하급수적으로 그야말로 폭증하던 시기. 1억으로 10억 벌었다느니,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느니, 재테크 방법 알려줄게 라는 등의 노골적인 타이틀이 넘쳐나던 때였다. 그럼에도 난 관심없어~ 라며, 좋아하는 소설류 읽기에 매진 하게 되는데, 그 어떤 책을 들고 다녀도 와이프님 눈에는 그저 공포소설에 다름 아니다. 영화 <스위니토드>에서 조니뎁이 선보인 면도칼 검무에 매혹당하는 인간이니만큼, 그런 인간이 읽는 책 또한 그만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라 단정을 내린 듯 싶었다. 내 스스로도 한 몫 거든건 책 태반에서 살육, 살인, 죽음, 공포 등등의 위협적인 단어들을 키워드로 뽑아내기는 너무도 쉬었으니까.
아무튼... 어느 날, 책을 하나 대출해 달라길래 건네 주었는데... 물론 그 와중에 내용은 고사하고 책 표지 또한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제목이 <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
그 중 가장 심한게 '한 우물 파기'인데,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고, 싫어하는 것으로부터는 슬금슬금 멀어지고픈 게 사람들 공통된 마음이라 해도, 싫어하는 것 또한 필요에 따라 돌아봐야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라 한다면 이 부분에선 완전 젬병 수준의 상태다.
싫은 건... 주위에서 뭐 거의 와이프님이지만... 줄기차게 잔소리해도 헤~ 웃으며 그 순간만 모면하지 결국 관심을 던지진 않는게 나란 사람의 실체이니 그저 관심가는 것, 좋아하는 것, 당시에 하고 싶은 것에만 관심과 애정을 주는 옹고집과 이를 교화시키려는 와이프님과의 티격태격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편.
이 한 우물 파기는 책 읽기에서 또한 마찬가지인데...!
언젠가, 도서관 서가에 재테크 관련 서적이 기하급수적으로 그야말로 폭증하던 시기. 1억으로 10억 벌었다느니,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느니, 재테크 방법 알려줄게 라는 등의 노골적인 타이틀이 넘쳐나던 때였다. 그럼에도 난 관심없어~ 라며, 좋아하는 소설류 읽기에 매진 하게 되는데, 그 어떤 책을 들고 다녀도 와이프님 눈에는 그저 공포소설에 다름 아니다. 영화 <스위니토드>에서 조니뎁이 선보인 면도칼 검무에 매혹당하는 인간이니만큼, 그런 인간이 읽는 책 또한 그만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라 단정을 내린 듯 싶었다. 내 스스로도 한 몫 거든건 책 태반에서 살육, 살인, 죽음, 공포 등등의 위협적인 단어들을 키워드로 뽑아내기는 너무도 쉬었으니까.
아무튼... 어느 날, 책을 하나 대출해 달라길래 건네 주었는데... 물론 그 와중에 내용은 고사하고 책 표지 또한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제목이 <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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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불쑥 그 책을 내밀더니 읽으란다.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운운하시며 책을 읽어도 이런 실용서좀 읽으라며 건네는데 당연 뿌리칠 엄두는 내지도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들춰보는 시늉이라도 했으려는지 몰라도, 손이 가질 않으니... 그로부터 이삼일 정도를 출퇴근길에 읽고 있다며 가방 바깥 주머니에 책이 보이게 꽂아놓고는(읽는다는 티는 내야 했으니) 들고만 다니게 된다. 물론... 단 한 장도 들춰보진 않았다...--;;
사건 당일
<와이프> : 그 책 다 읽었어?
<남편> : (ㅠㅠㅠ) 응, 다 읽었지...!
<와이프> : 어땠어, 내용을 보니 뭐 참고할만한게 있어?
<남편> : 어? 어... 그게... 요즘 나오는 비슷한 류의 책들과는 좀 다른 내용인 것 같지만... 음...
<와이프> : (눈치가 이상해지며) 뭐가 다른데...!
<남편> : (순간 작가명이 눈에 들어온다! 브라운 스톤!!!) 어... 작가가 외국사람이어서 그런가, 아직 국내 경제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 지금 국내 현실은 이런데 말이지 (주저리) 뭐 경제라는게 외국이나 국내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주저리) 결론은... 외국사람의 생각이어서 잘 와닿지 않는게 많았다는 말이지! (휴~)
<와이프> : (표정이 이상하다) 작가 이름이 뭔데?
<남편> : (기쁘게) 외국사람이잖아. 브라운 스톤...!
<와이프> : (분노의 화신으로 변신해서) 브라운 스톤? 그럼, 그 사람 이름이 갈색돌이냐!
<남편> : (어리둥절) 갈색돌?
...
내가 무슨 오류를 범했는지 깨닫고 미친 듯이 굴러다니며 웃어대기야 했지만... 그냥 못 읽었다고 하면 됐을 걸...
브라운스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닉네임/필명 정도였다는걸 그 찰나의 순간에 잡아내지 못한 불찰로 한동안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책 취향이란게 쉽게 바뀌진 않는다. 여전히 편향된 책읽기에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책 만큼은 그저 손가는대로 읽고 싶다라는 욕구도 있지만, 정서적인 호소나 실용서를 위주로한 지식함양의 교훈이나 모두 책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일테니, 이젠 슬쩍 시야를 넓여야 할 듯 싶기는 하다.
좀 읽어보라는 강력한 권유로 육아관련 책을 떠밀려 들고 나온 날... 떠오르는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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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어서인가, 온갖 상념들의 뒤엉킴으로 급격한 감정기복을 이끌어내는 '조울증'과 같은 계절이어서인가 책을 읽다보면, 별 관련 없을 잡다한 기억들이 '이번엔 내 차례'라며 끼어들곤 한다.
조정래씨를 첫 대면한건, 근무 중인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일종의 주최측이었기에 강연을 듣는 둥, 사진을 찍는 둥, 사인회를 준비하는 둥... 그저 그 분을 만난다는 이유 하나 탓에 둥둥 떠다니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문학이란 결국 우리 한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치부에 대한 자화상일 수 밖에 없기에 좋은 건 좋은대로, 부끄러운 것 또한 창피할지언정 드러내야할 연장선에 작가와 작품의 사명과 위상이 놓일거라는 말씀.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하나의 작품을 쓰기위해 들인 격한 노력의 과정들과 결과로 지면에 인쇄된 문장들의 수려함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멋진 표현이 어디 있는가?'라는 자화자찬격인 수사에도 동의하며 웃을 수 밖에 없는건, 만면에 베어있는 자존감에 나 또한 휩쌓였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안타까운건... 정말 고심에 고심을... 수차례의 망설임끝에 사진 한장 같이 찍으시길 부탁드리고 카메라를 회사동료분에게 건넸는데, 결과물을 보니...--;; 흔들려도 너무 흔들렸는지라 하지만 촬영자가 상사이자 선배인지라... 그냥 '끙' 하는 신음으로 실망감을 되삼킬 수 밖에 없었던 일.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참... 할말이 없다... 얼마나 어렵게 부탁드리고 포즈 취한건데...--;;
아무튼... <허수아비춤>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 자체에 대한 평이야 온갖 글들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탓에 더 덧붙일 것도 없겠지마는... 요 근래(적어도 1년 이상) 읽었던 책 중, 등장인물이 한국인인, 배경이 한국이며, 저자가 한국 사람인 장편소설은 <허수아비춤>이 처음이기에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다. 책 읽기의 취향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방향선회될 건 아닐 테니 등장인물 이름에 익숙해지려 애써야 할 서양서쪽으로 손길이 다시 가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국내서 저자가 조정래씨여서 반가운 마음이란게 있다.
가끔 어떤 작품 앞에서는, 작가를 대면하기 전에는 일종의 신고식을 치루 듯 숨을 가다듬어야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첫 장으로 눈을 떨어뜨릴 마음의 준비가 되었나이다...의 상태에 돌입해야 감히 표지를 넘길 수 있는 마음상태. 왠지 손도 깨끗이 닦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해서 몸도 마음도 정화해야할 것 같고, 감히 책을 접는 행위 따위는 시도할 수도 없을 듯 싶은 일종의 긴장증 초기증세라 하면 되려나.
조정래씨를 첫 대면한건, 근무 중인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일종의 주최측이었기에 강연을 듣는 둥, 사진을 찍는 둥, 사인회를 준비하는 둥... 그저 그 분을 만난다는 이유 하나 탓에 둥둥 떠다니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문학이란 결국 우리 한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치부에 대한 자화상일 수 밖에 없기에 좋은 건 좋은대로, 부끄러운 것 또한 창피할지언정 드러내야할 연장선에 작가와 작품의 사명과 위상이 놓일거라는 말씀.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하나의 작품을 쓰기위해 들인 격한 노력의 과정들과 결과로 지면에 인쇄된 문장들의 수려함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멋진 표현이 어디 있는가?'라는 자화자찬격인 수사에도 동의하며 웃을 수 밖에 없는건, 만면에 베어있는 자존감에 나 또한 휩쌓였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안타까운건... 정말 고심에 고심을... 수차례의 망설임끝에 사진 한장 같이 찍으시길 부탁드리고 카메라를 회사동료분에게 건넸는데, 결과물을 보니...--;; 흔들려도 너무 흔들렸는지라 하지만 촬영자가 상사이자 선배인지라... 그냥 '끙' 하는 신음으로 실망감을 되삼킬 수 밖에 없었던 일.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참... 할말이 없다... 얼마나 어렵게 부탁드리고 포즈 취한건데...--;;
아무튼... <허수아비춤>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 자체에 대한 평이야 온갖 글들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탓에 더 덧붙일 것도 없겠지마는... 요 근래(적어도 1년 이상) 읽었던 책 중, 등장인물이 한국인인, 배경이 한국이며, 저자가 한국 사람인 장편소설은 <허수아비춤>이 처음이기에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다. 책 읽기의 취향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방향선회될 건 아닐 테니 등장인물 이름에 익숙해지려 애써야 할 서양서쪽으로 손길이 다시 가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국내서 저자가 조정래씨여서 반가운 마음이란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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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작품 앞에서는, 작가를 대면하기 전에는 일종의 신고식을 치루 듯 숨을 가다듬어야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첫 장으로 눈을 떨어뜨릴 마음의 준비가 되었나이다...의 상태에 돌입해야 감히 표지를 넘길 수 있는 마음상태. 왠지 손도 깨끗이 닦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해서 몸도 마음도 정화해야할 것 같고, 감히 책을 접는 행위 따위는 시도할 수도 없을 듯 싶은 일종의 긴장증 초기증세라 하면 되려나.
달리 말하자면,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 갖고 있어 왔거나 지금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깊은 치부에 대한 건드림과 새로운 각성을 요할 것이라는 시대의 과제를 목전에 두게 될 것 같은... 거창한 의무에 대한 외압이 예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언젠가 추악한 것들을 다 까발리고 방향을 제시하는게 문학하는 자로서의 당연한 입장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울림이 새삼스레 떠올랐던 게 아닐까?
정치민주화(지금이 완성된 단계라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의 그림자 속에서 그 몸집을 부풀려온 비민주적인 경제영역 특히 대기업의 비민주적 행태와 관행에 대한 고발이 너무나 익숙한 상황 속에서 전개된다. 사회조직 전 방위로 진행되는 로비,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승계, 해야 할 소리보다는 돈을 위주로 할 수 있는 소리만 내뱉는 언론 등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는 이걸 허구라 치부하고 넘겨버리기엔 지나치게 세밀한 탓에, 바로 어제 들었거나 어쩌면 지금 당장 만천하에 슬쩍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일임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눈치 챌 수 있게 된다. 오래전 과거가 아닌 진행형이기에 좀더 실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왠지 카우보이 모자 하나 얹혀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인물들이... 술과 여자, 권력과 동물적 본능, 결국 돈을 향해 바지런히 이합집산하는 광경들을 통해 상당히 건조하게 묘사되고 있다. 결국, 그들은 '이정도 기본은 있겠지...' 라며 동정할 여지 없이 표피화된 인물들로 오로지 경제 비민주화의 주역들로 부여받은 특성... 특히, 남성적 마초기질이 날숨으로 뿜어나올 것 같은 역한 호흡으로 살아가는 대상일 뿐이다. 작가는 그들을 딱 그만큼의 존재로만 그려내고 있어 독자는 그들이 판을 벌이고 있는 허수아비춤의 천박함을 간단히 알아차리는 동시에, 나는...? 이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달게 된다.
사실, <허수아비춤>은 새로울 게 없다. 참신한 등장인물도, 기발한 전개구조도, 멋들어진 반전의 결말로 매듭지어지는 즐거움도 없다.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정치·경제구조상 최상위층의 이전투구'라면 직접 체험하진 않았어도 익히 들어 다 아는 얘기에 다름 아니고, 대강 민주화되었다는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그런 '질곡으로 충만한 비민주화 된 영역을 서성이는 방관자들에 대한 질타'라면 속 쓰리지만 인정할 밖에 없는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새로울 것이 없다. 이건 소설이니 허구일 뿐이야 라며 흘려버리거나, 싫지만 나 또한 정치·경제적 노예근성으로 '허수아비춤'을 신명나게 추고 있었다는 하기 싫은 인정이 수순으로 주어진다. 그렇게 보면 조정래 선생님... 참 잔인한 분일 수도 있겠다. 이전의 대하소설류에서는 이미 지난 일이야 라며 빠져나올 자기위안의 여지라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몇 안 되는 예시를 주곤 반드시 그 안에서만 선택하라며 예의 그 주름 가득한 얼굴에 더욱 깊은 골을 드리우며 눈을 부릅뜨기 때문이다. 모른 채 하고 넘어가거나, 알면서도 그냥 길들여져서 살거나, 최소한 반항은 하며 헛 춤사위를 그만두거나 선택하라는 일갈이다.
다 읽은 책을 반납하지 못하고 흘낏거리며 돌아보게 되는 건, 아마도 더 하실 말씀이 남았지나 않았나 하는 걱정스러움 때문이려나.
괜히 무섭고 창피하다.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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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맞다... 기억을 더듬다 보니 당시는 중학교 1학년 정도였고, 수련회를 주최한 곳은 재학 중이던 중학교, 주변 또래들은 같은 학년 학우들이었으며, 무서운 인상으로만 남았던 어르신들은 모두 선생님이었다. 이런 무책임한 교육자분들 같으니라고...--;; (이유는 바로 뒤에)
자정 무렵의 담력테스트. 한 조씩 실외로 이동해서, 산 중턱에 있는 무덤을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다녀오는 과정보다 충격이었던 건 영화 한편이었다. 무서움에 무서움을 보태기 위한 '공포영화' 상영. 영화를 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순서대로 무덤을 향한 공포의 등산길에 올라야만 했다. 내가 속한 조는 비교적 뒤쪽에 있었던 터라 다행히(?) 영화엔딩을 볼 수가 있었는데... 당시엔 말할 것도 없고 여즉 정서적 충격이 감지되는 걸 보면, 어린 나에겐 그 영화로 인한 반향이 적진 않았다... 라고 회상할 밖에.
그 영화가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 인간 From Beyond> 이었다. 연소자 관람불가일게 뻔했을 영화를 보여준 선생님들의 과격한 교육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되질 않지만, 공포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스튜어트 고든' 감독을 그 어린시절에 대면케 해준 계기가 되었으니 한편으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부모님에게만큼 감사(?)할 일도 없을 듯 싶으니. 그보다도 오래전, 유치원생이거나 국민학교 1학년 무렵. 지금은 사라진 미아삼거리의 대지극장에서 부모님과 영화 한편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에 데려가셨음 영화를 보여주셔야 마땅했지만, 이상스럽게도 눈을 가리거나 억지로 눕히거나 해서 정상적인 영화관람이 불가능하게 지속적인 방해공작을 벌이셨는데, 그 영화가 숀 커닝햄의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이었으니, 아마도 딱히 애를 맡길 곳이 없어 무작정 데려가시고는 어떻게든 보지 못하게 그러셨으리라는 고충이 새삼스럽게 안타까운데...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의자 사이로 볼 건 다 봐버렸으니... 형, 누나들이 왜 이상스러운 육탄전을 벌이려는지도 모르겠고, 사람 목이 날아가 버리는 이유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의 손가락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과 공포'는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또 감사드려야할 몇몇 분들이 계신데... 해적판 비디오를 늘 대여섯개씩 구해 놓으셨던 삼촌들... 덕분에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Demons> 같은 공포영화뿐 아니라,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와 같은 대작들도 거의 개봉연도 즈음해서 볼 수 있었으며, 아래층에 세들어 비디오샵을 하던 형들도 참 고마운 분들로 늘 술과 주정으로 밤을 지세우던 불한당들이었지만, 그 틈에 끼어 해적판 비디오를 밥먹듯 얻어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동네 곳곳에 풀질되어 붙어있던 영화포스터 앞을 감히 지나지도 못하면서, 부모님 몰래 동시상영관을 찾아 톰 홀란드의 <후라이트 나이트 Fright Night>를 즐기는 등의 파격·탈법행위(당연히 연소자 관람불가)도 무릅쓰곤 했으니... 이쯤이면 공포영화 매니아로서의 기본 소양은 어느정도 닦았다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흘러... 모든 영화는 드라마(Drama) 장르여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소소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따스한 시선들의 교환이 마냥 감동스러울 때였다. 대부분 재미없다 욕하는 <억수탕>의 마지막 장면, 목욕탕 안의 평범人들을 정감있게 훑는 카메라의 동선이 감동스러웠고,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에서 생소한 음식들을 우물거리다 멋적게 행복감에 휩싸이는 시골사람들의 어색한 웃음에 눈물을 글썽이기까지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영화취향은 서서히 괴팍하게(?) 바뀌어간다.
무언가에 빠져드는 원인에는 나도 모를 정서적 상태가 깊히 관여할 수도 있음을 힘들게 지나서야 깨달았던 시기였다. 음울하거나 끔찍스럽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가능성 탓에 불현듯 몸과 마음을 사리게 하는 오싹함. 스크린에 드리우는 불길한 그림자 따위에 매혹당하게 되는데... 정말 미친듯이 영화만 그것도 공포영화만을 찾아보게 된다. 이제서야 안타까운건 즐거운 유흥거리로 영화를 감상했던게 아니라 그 언저리에서 감지되는 피폐한 분위기에 그저 젖어있기만 했던 점이다. 그저 마음속 황량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의 처참한 죽음과 기괴한 존재의 출현, 숨이 턱하니 막히는 충격 그리고 언짢은 여운들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지금와서 남는 건... 감독도, 배우도, 줄거리도, 거창한 영화사적 의의도 아닌 음울함에 대한 막연한 매혹 그저 이 정도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자정 무렵의 담력테스트. 한 조씩 실외로 이동해서, 산 중턱에 있는 무덤을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다녀오는 과정보다 충격이었던 건 영화 한편이었다. 무서움에 무서움을 보태기 위한 '공포영화' 상영. 영화를 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순서대로 무덤을 향한 공포의 등산길에 올라야만 했다. 내가 속한 조는 비교적 뒤쪽에 있었던 터라 다행히(?) 영화엔딩을 볼 수가 있었는데... 당시엔 말할 것도 없고 여즉 정서적 충격이 감지되는 걸 보면, 어린 나에겐 그 영화로 인한 반향이 적진 않았다... 라고 회상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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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가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 인간 From Beyond> 이었다. 연소자 관람불가일게 뻔했을 영화를 보여준 선생님들의 과격한 교육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되질 않지만, 공포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스튜어트 고든' 감독을 그 어린시절에 대면케 해준 계기가 되었으니 한편으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부모님에게만큼 감사(?)할 일도 없을 듯 싶으니. 그보다도 오래전, 유치원생이거나 국민학교 1학년 무렵. 지금은 사라진 미아삼거리의 대지극장에서 부모님과 영화 한편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에 데려가셨음 영화를 보여주셔야 마땅했지만, 이상스럽게도 눈을 가리거나 억지로 눕히거나 해서 정상적인 영화관람이 불가능하게 지속적인 방해공작을 벌이셨는데, 그 영화가 숀 커닝햄의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이었으니, 아마도 딱히 애를 맡길 곳이 없어 무작정 데려가시고는 어떻게든 보지 못하게 그러셨으리라는 고충이 새삼스럽게 안타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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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의자 사이로 볼 건 다 봐버렸으니... 형, 누나들이 왜 이상스러운 육탄전을 벌이려는지도 모르겠고, 사람 목이 날아가 버리는 이유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의 손가락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과 공포'는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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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사드려야할 몇몇 분들이 계신데... 해적판 비디오를 늘 대여섯개씩 구해 놓으셨던 삼촌들... 덕분에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Demons> 같은 공포영화뿐 아니라,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와 같은 대작들도 거의 개봉연도 즈음해서 볼 수 있었으며, 아래층에 세들어 비디오샵을 하던 형들도 참 고마운 분들로 늘 술과 주정으로 밤을 지세우던 불한당들이었지만, 그 틈에 끼어 해적판 비디오를 밥먹듯 얻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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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동네 곳곳에 풀질되어 붙어있던 영화포스터 앞을 감히 지나지도 못하면서, 부모님 몰래 동시상영관을 찾아 톰 홀란드의 <후라이트 나이트 Fright Night>를 즐기는 등의 파격·탈법행위(당연히 연소자 관람불가)도 무릅쓰곤 했으니... 이쯤이면 공포영화 매니아로서의 기본 소양은 어느정도 닦았다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흘러... 모든 영화는 드라마(Drama) 장르여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소소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따스한 시선들의 교환이 마냥 감동스러울 때였다. 대부분 재미없다 욕하는 <억수탕>의 마지막 장면, 목욕탕 안의 평범人들을 정감있게 훑는 카메라의 동선이 감동스러웠고,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에서 생소한 음식들을 우물거리다 멋적게 행복감에 휩싸이는 시골사람들의 어색한 웃음에 눈물을 글썽이기까지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영화취향은 서서히 괴팍하게(?) 바뀌어간다.
무언가에 빠져드는 원인에는 나도 모를 정서적 상태가 깊히 관여할 수도 있음을 힘들게 지나서야 깨달았던 시기였다. 음울하거나 끔찍스럽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가능성 탓에 불현듯 몸과 마음을 사리게 하는 오싹함. 스크린에 드리우는 불길한 그림자 따위에 매혹당하게 되는데... 정말 미친듯이 영화만 그것도 공포영화만을 찾아보게 된다. 이제서야 안타까운건 즐거운 유흥거리로 영화를 감상했던게 아니라 그 언저리에서 감지되는 피폐한 분위기에 그저 젖어있기만 했던 점이다. 그저 마음속 황량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의 처참한 죽음과 기괴한 존재의 출현, 숨이 턱하니 막히는 충격 그리고 언짢은 여운들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지금와서 남는 건... 감독도, 배우도, 줄거리도, 거창한 영화사적 의의도 아닌 음울함에 대한 막연한 매혹 그저 이 정도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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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외치는 작가의 영화감상 연대기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희귀인(?)으로서 갖게 되는 고충(마지막에 언급된 아내분과의 일화에선 극심히 공감되는 부분이어서 왁~ 웃어버렸다)과 더불어, 그간 섭렵했던 1,000여편 이상의 영화감상을 토대로 했을 직관적인 분류(흡혈귀, 좀비, 오컬트, 몬스터, 망령, 귀신들린 집, 로맨스, 가족, 정체성, 이성의 한계 등) 내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영화와 감독 또 그 주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영화 몇편에 대한 리뷰 정도의 수준이 아닌 건, 각각의 영화가 공포영화의 특정 분류내에서 갖게 되는 영화사적 위치나 의의에 접근하는 작가의 전문가적 식견때문이다. 장르영화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애정과 노력으로 갖춰졌을 작가의 식견은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를 무색케할만큼 진지하기도 해, <공포영화관>은 공포영화에 대한 입문서일 수도, 기존 매니아들의 자기결속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도, 무언가에 진득히 빠져버린 한 인간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수필 한편이거나 해당 장르의 유명감독과 영화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참고서적 또한 될 수도 있다.
한편 다행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작가가 언급한 영화 거의 대부분을 보았기에 대강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 공포영화를 즐긴다는 이유하나로 가끔 주변의 이상한 시선에 견뎌야 한다는데 대한 동지의식과 자기변호의 발견일테다. 안타까운 건... 작가만큼의 문제의식을 갖고 영화를 관람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왜 스스로는 느껴내지 못했을까 하는 일종의 자책이다. 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건, 식구들 잠깨우지 않게 홀로 조용히 영화를 봐야하는 쓸쓸할 뿐인 심정이었고,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작가가 언급한 영화 중 몇몇 작품이 그토록 심오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느냐는데 대한 비전문가로서의 당연한 의구심 탓일게다.
사실... 무서운걸 싫어한다. 겁이 많다. <주온>에서 가야코가 뒤틀린 몸짓으로 계단을 내려올때 들리는 그 삐걱거리는 소음 앞에서는 귀를 막아버렸고, <장화홍련>에서 싱크대 아래 귀신이 등장할때 쯤에는 DVD를 멈춰놓고는 같이 보자고(봐달라고) 와이프 뒤를 쫓아다니는 꼴이라니... 물론 아직도 진행형인 상태...--;; 그럼에도 언제적부터 시작했을 공포영화에 대한 끌림은 지고지순하게 유지되고 있으니 스스로를 돌아봐도 일종의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가 언급한대로, 너무나 겁이 많은 내 자신의 변호를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저런걸 다 접어두고...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외치며 애정을 발산하는 열혈 매니아 뒤편으로 슬며시 붙어 서서는... 나도 공포영화를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는 위안과 든든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도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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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운운...이란 말이 어색스러울만치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 '반전의 대마왕'격인 제프리 디버가 <악마의 눈물>이란 자극적인 제목으로 찾아왔다. 이번엔,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라임도 아닌, 동작학의 권위자 캐트린 댄스도 아닌 또 하나의 '슈퍼 수사관'으로 파커 킨케이드란 문서·필적 전문가를 내세운다. 물론, 디지털 개념이 아닌 고전적인 의미 그대로의 문서·필적이다. 워드프로세서, E-Mail 등의 디지털 문서작성작업이 보편화라는 별도의 수식어가 거북스러울만치 일반화 되어 있는 요즘, 일감이나 제때 얻을 수 있으려나 걱정스러운 직업의 킨케이드가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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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분위기에 젖어 모든 이들이 들떠 있는 섣달 그믐날, 지하철역에서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사망하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워싱턴 시청으로 전달된 범인의 편지엔, 2,000만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디거라는 자신의 수하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총기난사를 벌일 것임을 예고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연방수사국의 루카스 수사관은 협박편지의 분석을 위해 전직 연방수사국의 문서과장이자 미국 최고의 문서·필적감정가인 파커 킨케이드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약속장소로 돈을 가지러 가던 범인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이를 알리 없는 그의 수하 디거는 예정된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 킨케이드는 편지를 분석해 범인의 성향, 출신, 은신처 등을 밝혀나가는데... 루카스는 킨케이드의 도움으로 디거의 다음 범행장소를 예측하는데 수사력을 집중시킨다. 한장의 편지... 그 안에 범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예상대로, 반전의 묘미는 여전하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아니었어 라는 식의 상투적인 반전의 연장선이기는 하나, 단 하루라는 시간적인 제약 안에서 범행과 수사과정의 빠른 교차진행으로 느끼게 되는 속도감의 이득이 이를 충분히 만회한다.
또,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만큼의 잔인한 폭력성(툭하면 수십여명이 죽어나가거나 연방수사관이 총알세례에 반으로 갈라져버릴 정도라거나), 마지막 학살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스케일의 총격전, 킨케이드와 루카스 수사관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매개체 역할의 불안한 가족관계 내지 암울한 기억들, 워싱턴 시장인 케네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반목, 왠지 작가의 노림수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워싱턴 교육위원회의 교육비리와 내부 고발자에 대한 테러 등, 독자가 미처 반전의 언저리에 접근할 수 없게끔 하는 각종 장치들로 구현되는 복잡한 플롯 구성도 이를 상쇄하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해낸다.
완벽함을 꿈꾸며 행위 자체를 즐기던 범인과 온갖 제약 속에서도 그 뒤를 쫓는 수사진의 긴박한 활약. 그래... 모든 것들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 완벽한 범죄·수사과정의 마무리를 위해 작가가 사용하는 것은 우연성이다. 범인은 완벽함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단 하나의 패착을 하게 되는데, 완벽해보이는 범죄의 얼개를 깨어내는 킨케이드의 발상이란게 이리봐도 저리봐도 지나치게 우연적이라는 당혹감이 크게 다가온다. 여기까지만이었더라면 아쉬움이 덜했으려나... 다시금 완벽함을 전제로한 이 천재적인 범인의 몰아치는 무력시위(?)앞에서 킨케이드는 또 한번의 우연을 기회삼아 목숨을 연명하게 된다. 이 두번의 우연으로 인해 <악마의 눈물>은 지나친 부조화라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하게 되는데... 로맨스 분위기가 다분한 두 등장인물의 소통, 붕괴 일보직전인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정감어린 장면 등으로 아무리 이를 만회하려고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맥 빠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게 된다.
아무튼... 킨케이드는 모호한 예측보다는 철저한 물적증거에 의해 범인에게 접근해 간다는 점에서 링컨 라임의 연장선에 있게 되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도 라임이 제시하는 화학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범인의 은신처에 육박해간다) 하지만 그의 장기인 문서·필적 감정이 갖는 제약, 이미 제프리 디버의 작품 속에서도 디지털로의 전면 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인데, 이 디지털의 역풍을 킨케이드가 어떻게 이겨내고 자리보전 할런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게 된다. 킨케이드의 등장을 축하하면서, 다음 작품이 있기를... 적어도 육아문제는 해결하셨기를 기대해 본다.
아...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수수께끼 하나.
세 마리의 매가 농부의 닭들을 죽이곤 했다. 하루는 농부의 눈에 세 마리가 모두 닭장 지붕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농부의 총에 든 총알은 한 개뿐인데 매들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한 마리만 맞힐 수 있다. 그는 왼쪽에 앉은 매를 겨누고 총을 쏴서 죽였다. 총알은 다른 곳으로 튀어나가지 않았다. 지붕에는 매가 몇 마리 남았을까?정답(?)은 제일 마지막 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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