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스릴러... '블러드 워크 Blood Work'

사색거리들/책 | 2010. 7. 28. 14:23 | ㅇiㅇrrㄱi

비평이나 분석이라는게, 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해석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지리할 듯 싶은 장르 또한 있다. 결국, 나름대로의 교훈 아니면 장단점을 찾아내겠다는 충동적인 욕구가 왠지 무의미하거나 과장된게 아닐까 싶게 하는... 그렇다고 가볍고 경솔하다라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이들 작품군의 특징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라는 것.

어느 누군가에게 감동(?)스럽게 읽었던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를 권해줬더니 상편(국내엔 상/하로 분권되어 있음)의 절반도 읽지 못하고 재미없다 덮었다 하던데, 이런 분들에게는 순전히 재미가 우선적이어야 할 '스릴러'류가 갖는 호소력이 더 클수 있게 된다.

마이클 코넬리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가 되는 작품이 바로 <시인 The Poet>인데, '나는 죽음 담당이다' 라는 첫 문구에 오싹한 매력을 느꼈다는 스티븐 킹이, 친히 서문과도 비슷한 추천사를 써주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공포감에 다음 장을 넘기기 힘들었다는 헌사(?)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어차피 현실성이 다소 배제된 킹의 작품과 지극히 사실에 기반한 코넬리의 작품이 갖는 지향점은 차이가 큰 편으로, 그저 '긴박한 재미'에 대해서는 보증하겠다라는 정도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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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인공인 전직 FBI 프로파일러 테리 매케일렙은 시인이란 별칭으로 불리우는 연쇄살인범 수사에도 참여하고, 후에 이 사건 수사로 인해 의문의 죽음에 이르게 되는 당사자이기도 해서, 매케일렙이 주인공인 <블러드 워크>는 <시인의 계곡 The Narrows>의 전작이 될 수 있다.

심근증으로 심장이식을 앞두고 있던 매케일렙은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치고 은퇴생활을 즐기던 중, 찾아온 한 여성으로부터 편의점 강도로 죽은 여동생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게 된다. 정중히 거절하려 하지만, 자신이 이식받은 심장이 죽은 여성의 것임을 알게 되고는 조사에 착수하는데. 편의점 강도사건이 또 다른 사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이들 사건이 단순강도사건이 아닐 수 있다며 의심하게 된다. 경찰의 기존 수사결과를 뒤엎는 여러 증거물들이 나타나고, 여기에 또 다른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죽은 피해자들과 매케일렙 본인을 묶어내는 연결고리 그리고 그 배후가 밝혀지면서 그는 점점 함정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범죄담당기자를 역임했다는 작가의 전력(?)에 걸맞게 우연보다는 사건의 인과관계 내지 증거에 기반한 짜임새 있는 전개 방식이 큰 장점이다. 여기에 여태까지의 작품에서 그랬듯 남여 등장인물간 멜로도 빠지질 않는다. 긴박하면서도 건조하게 돌아가는 스릴러란 장르의 특성상, 속도감을 늦추거나 등장인물 내면의 정서상태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져버릴만한 부분은 분명 아니겠지만... 늘 그렇다라는데서 느껴지는 식상함은 단지 <블러드 워크> 한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관심을 갖는 일종의 팬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장황하게 가지치기된 여러가지 것들이 단 하나의 출발점으로 모아지면서 드러나는 일종의 반전이란게 설득력을 놓치게 되거나 그간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인 외소함을 갖는다면, 독자입장에서는 '우연'이나 '과장'이란 키워드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응징되어야 마땅할 대상에 대한 응징으로 얻게 되는 속시원함보다는 '급격한 수습국면'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란게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 무더운 여름날의 지리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주 적당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