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사색거리들/책 | 2010. 7. 2. 15:05 | ㅇiㅇrrㄱi

어떤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다. 따로의 궁리가 있어 읽어보자 했던 것도 아닌데... 그저 책 표지가 눈에 띄었을 뿐. 사실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야 했지만, 왠지 제목이 좀...? 안주인분에게 '불경'스럽게 비춰지지 않으려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교양심리
지은이 김정운 (쌤앤파커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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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재미있기도 했지만, 집에 들어가자마자 '이 책 너무 재미있어, 심리학책이야' 라고 부러 설명했던 이 소심함이란... 내가 이상한 모의 중이라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란 듯, 사실 내 마음은 책 제목과는 전혀 딴판이야 라고 항변하 듯, '심리학책일뿐이야'를 강조하지나 않았는지...--;;

아무튼, 비단 대한민국의 남성만을 위한 책이라 하긴 어렵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땅위에서 여성이란 존재와 만나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에 시달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 술주정도 나눠보고, 육아문제로 고생하는 등등 대한민국 남성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요는 '행복하자'인데, 왜 사사건건 행복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인지를 돌아보고 문화심리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를 풀어낸다. 주로, 저자가 직접 겪어왔던 경험적 사례들을 토대로 남성들의 보편적인 심리상태를 유추하고 있어, 타인의 사적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병행해 독자 자신의 유사경험을 견주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루하지 않은 책 읽기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심리학적 입장에서의 전문가적 풀이 또한 수긍되는 바가 많은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사소하게 반복되지만, 의미를 갖는 반복행위이자 정서공유의 과정인 '나만의 리추얼(ritual)'을 통해 즐거운 느낌을 찾아낼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후회' 또한, '하지 않은 후회'가 주는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보다, 자기합리화와 같은 심리적 면역체계가 바로 작용할 수 있는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를 회피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말그대로 망설이지 말고 일단 저지르는 무모함(?)이 어느정도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것 또한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가 갖는 건강한 심리작용의 한 단면으로 보자는 것이다.

일상의 즐거움을 찾기 힘든 또 하나의 장애로 '의사소통의 부재' 특히 '정서적인 교감'의 부족을 거론하고 있는데, 여성의 큰 가슴에 집착하고, 마라톤 열풍에 휩싸이며, 폭탄주에 취해버리거나 스포츠마사지에 몰두하는 현상을 각기,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획득을 위한 완벽한 정서적 소통으로의 퇴행, 존재확인을 위한 자학, 문제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집단적 자폐현상 그리고 스킨십을 통한 정서적 안정의 추구현상으로 풀어낸다. 사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술의 힘을 빌린 비정상적인 상태에서만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는 일종의 자폐현상으로의 풀이는, 그 극단적인 용어사용만으로도 공감하는 바가 큰데, 왜냐... 난 술을 한잔도 못해 그 집단자폐의 늪에서 늘 빠져나오려 애쓰는 사람 중 하나이니...--;;

이 밖에, 돈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존재 확인을 위한 나만의 정서적인 행위를 찾자는 대목이나, 긍정적인 정서 함양과 표현을 위한 재미찾기의 노력, 사회적 컨텍스트와의 통합된 전체로서 변하지 않을 내 성격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의 중요성, 내 자신만의 이야기로 삶을 채워가며 얻게 되는 여유와 즐거움, 홀로 보내며 내 자신의 의미를 찾기, 문화/예술/종교적 체험 등을 통한 감탄의 욕구 충족 등에 대해 여러 사례를 빌어 설명하고 있는데...

결론은, 물론 '행복하자'로 귀결된다. 행복하기 위해서 나만의 리추얼을 발견해내고, 여유를 즐기며, 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풍성히 꾸며가야할테고, 후회라는 반정서적 상태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서적 공유를 전제로한 의사소통의 채널과 방법 또한 연구해야하는게 맞다. 즐겁고 놀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 맞긴 한데...

모든 것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 자신에게서만 찾아야 하기에, 내 자신의 행복과 무관해 보이는 대상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을 당연시할 수 있다는 점에선 살짝 서걱거리는 못마땅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저자가 그러지 말라는데도 왠지 복잡하게 생각할 밖에 없는 주변에 대해서 '무심할 수 없다'라고 중얼거리게 되는데... 그저 웃으며 살자라고 내 자신만 추스려서는 도저히 대책없는 세상이기 때문일 듯... 웃으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는 있겠지만, 한편 부정하듯 고개를 흔들고 있는 내 자신도 어쩔 수는 없게 된다.

아무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