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아직 진부한 말이 아니다 '노무현시대와 디지털 민주주의'

사색거리들/책 | 2010. 7. 9. 22:26 | ㅇiㅇrrㄱi

노무현 시대와 디지털 민주주의는 '노무현에 관한 책'은 아니다.
출판사 서평에서 알 수 있듯, <노무현시대와 디지털 민주주의>는 '노무현' 개인에 대한 자화상 내지 자서전이 아니다. 그의 민주주의 실천과정이 갖는 상징성 그리고 反 민주적인 현실에 대한 반증이 기준이라면 '노무현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처럼,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자리잡아가는 기나긴 역사의 흐름을 '민주적'인 시각에서 서술했을 뿐, 전 대통령의 치적을 기리는 내용은 전혀 아니다. 그렇다곤 해도,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실정, 이후 각 정치세력들의 야합과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극우언론권력의 등장, 단순 포퓰리즘이 아닌 인터넷을 매개로한 새로운 네트워크의 등장 등에 정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이 책을 '노무현에 관한 책', '100% 좌익사관에 근거한 현대사 돌아보기' 등으로 매도하는데 아낌 없을 여지 또한 제공하고 있다. (물론 그쪽 편에서 보자면...) 

노무현 시대와 디지털 민주주의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 정치일반 > 정치일반서
지은이 현무암 (실천문학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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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형태를 취하는 시민세력의 민주화 요구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발산되는 과정에 접근하자는 것이고, 특히 2002년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웨보크라시(web+democracy)'라는 생소한 용어가 2004년 탄핵사태, 소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 그리고 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발로까지 이어지며, 보편적인 민주화 요구의 매체로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에 반하는 '反 민주적 행태'들을 중점적으로 되짚어 보고 있는데, 주로 지난 독재정권에서 취해졌던 폭압적인 권력남용 및 억압의 사례를 낱낱히 밝히면서, 신문사나 방송사 등 기성 언론집단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화라는 과실을 가장 많이 맛봐온 것이 다른 아닌 사유화된 족벌언론, 특히 독재정권과의 유착 속에서 성장하였고 반공주의로써 분단과 대립을 획책하며 권력창출에 여념이 없었던 수구언론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들 신문은 자기들의 손을 피로 물들이지 않고 시민들이 투쟁 끝에 쟁취한 언론의 자유를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닌 언론사의 자유였다. 마침내 신문을 통제하는 국가권력이 쇠퇴하자 신문은 스스로가 권력화 되어갔다. 이른바 언론권력의 등장이다.
저자가 언론집단의 권력화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여론을 반영하거나 추동하는 핵심세력으로서 그리고 또 하나의 권력계층으로서 자리잡게 되는 언론집단이, 민주화의 성취들이 어떻게 수렴해내고, 한편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정보왜곡의 주도세력으로 자리잡아가는지의 바로 그 중심에 한국 정치史의 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의 경우에선, 조·중·동 등의 기성 언론권력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새로운 언론세력간 대결 외에도 한나라당이 기존 구축하고 활용하던 수직적 조직구조와 인터넷을 매개로한 수평적 네트워크간의 대결양상 또한 나타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런 연장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과 또한... 결과 중심의 제도적인 개혁에 두기 보다는 이전에 볼 수 업섰던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의 확립, 공공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있어서의 노력 등 결국 프로세스로서의 민주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 두고 있다. 

이런 '프로세스로서의 민주화' 특히, 인터넷이란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재해석으로 더이상의 정보왜곡에 치중할 수 없었던 기득권층의 위기의식이 표출되는 상황, 예를 들어 탄핵사태, PD 수첩의 황우석편 방영, 소고기 파동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그려내고 있고, 물론 '진보'를 표방하는 새로운 언론세력의 분열과정이나 공영방송의 방송민주화운동, 이를 견제키 위한 상업방송사의 탄생배경 등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아무튼... 기존 일방통행의 관계로 존재하던 민주주의가 인터넷의 보급과 활용이 계기가 되어 시민참가형 민주주의란 틀을 갖춰 나가고 있음은 어느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혹은 부정하거나 비판하고 싶을) 현상일 듯. 또한, 자칭 보수니 수구니 하며 독기어린 한풀이 굿 한판' 중인 기득권에 대항해나가는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을 요원한 일. 결국, '민주주의'란 어느정도 성취된 결과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대항해야하고, 싸워서 획득해야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또... 이상스레 틀어져가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지켜봐야할 대상이기에...

적어도 민주주의란 가치 앞에선 진부하다는 의미가 불필요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처럼,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위협받거나, 점점 더 교묘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늘 각성해야할 '화두'이기도 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