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23

모두 같을테니까... '리시 이야기 Lisey's Story'

세상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니. 노래, 달빛, 키스 등 현실 세계가 하루살이로 분류한 것이 때로는 가장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리시는 깨달았다. 쓸데 없는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단호히 망각을 거부할 수 있다. 좋다. 좋고말고...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 스콧 랜던의 미망인, 리시 랜던에겐 남편이 남기고 간 그 모든 흔적들이 사소해야 했다. 의미 자체의 가벼움 때문은 아닌, 시간이 너무도 흘렀거나, 남편에 대한 떠올림 일체가 슬픔을 되새김질 하는 일일 수 밖에 없으니, 자의든 타의든 연관된 기억들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 쉽게 꺼내기 힘들 어딘가에 어렴풋이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흔적들을 지워나가던 중, 리시는... 스콧과 함께 겪어냈던 과거, 사소한 것들로 이어지는 ..

사색거리들/책 2025.08.04

누구나 날아오르고 싶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잠자리가 허공을 메우기 시작했다 돌계단에 가까워지자, 빠른 날갯짓의 잠자리가 한두 마리씩 날아오른다. 순식간에 그 수가 불더니만... 어느덧 시야 너머 하늘은 수많은 잠자리 형상들이 만들어 낸 짧은 궤적으로 추상화 한 점이 그려진다. 책을 잡고 있던 오른 손을 하늘 위로 뻗어서는 궤적 사이로 휘휘 젖는다. 뭐랄까...? 고만고만하게 생긴 그네들의 자유로운 비행이 부럽기도 했거니와 그 중 어느 한 개체와 우연이라도 닿기만 한다면 둥둥 낮은 하늘을 같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발칙한 상상에 사로잡혔는지 모른다. 허기를 채우려고 들 저러는 건지, 짝짓기에 혈안이 된 상황인지 알 턱은 없으나, 부럽기는 하다. 나도 날고 싶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국내도서 저자 : 스티븐 킹(Stephen King)..

사색거리들/책 2016.07.21

폰피플이 되지 않는 법 '셀 Cell'

지하철 객실에 올라 둘러본다. 형광등 아래 수 없이 떠 있는 얼굴빛은 하나같이 시체 빛이다. 눈언저리만 천연색의 반사광에 번득인다. 도대체 몇 명이나...? 하나, 둘, 셋... 두 자리 수에 접어들며 헤아리기를 포기한다. 너무 많다. 신문을 읽고 있는 한 인간 그리고 이제 막 책을 꺼내려는 나란 인간, 단 둘을 제외하곤 객실 안은 그들뿐이다. 전 지구적 현상인지는 장담하기 힘드나 적어도 대한민국은 완벽하게 점령당한 것이다. 셀1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6년) 상세보기 셀2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6년) 상세보기 스마트폰에 잠식당한 우리네 현실을 우회적이지만 섬뜩하게 돌아보게 하는 소설, 스티븐 킹의 은 2006년경 국내에 발..

사색거리들/책 2013.04.10

망각할 수 없어 생기는 슬픔 '그린마일 Green Mile'

무료한 일상. 대부분의 것들은 반복되고 있어 새로운 시간 앞에 서 있다는 감동적인 소회를 부러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매번 울리지도 않을 전화기를 손가락 끝으로 까딱거리는 다르지 않을 자신과 늘 마주할 밖에 없다. 언젠가는 집으로 향하며 터벅거리는 발놀림이 과장스러운 의심에 휩싸인다. 언제까지 걸어갈 수 있을는지, 결국 오도 가도 못하는 처량함으로 주저앉아버리겠지...? 언제가는...? 우리가 평생 걸어가는 그 길의 끝엔 과학적 논증이나 예술로의 구현 따위로도 실체화라는 게 어려울 죽음이란 반품불가의 선물단지가 놓여 있을 테다. 죽음을 목적지 삼은 여정 중엔 신의 은총이니 기적이니 하는 초현실적 대상에 의한 충격이 못내 반갑기까지 할 터... 스티븐 킹은 죽음에 근접해 있는 인간군상 그리고 그들이 맞닥뜨리..

사색거리들/책 2011.03.18

④ 의지는 그녀의 마지막 호흡과 같다 '호흡법 The Breathing Method'

스티븐 킹이 굴리는 건 축구공(?)이 아니다. 중 마지막 편에 해당하며 의지의 겨울이라는 부제의 은 내가 오로지 공포소설만 쓰냐며... 이 책을 읽으면 아닌걸 알거라고 호언장담하던 작가가 슬며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자 마음먹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티븐 킹 자신이 가진 큰 매력! 예를 들어 기괴함이나 음습함, 슬픔 등의 그늘진 구석에 대한 애정이 몽땅 배어 있는 작품이다. 스티븐 킹이란 공(?)을 아무렇게나 굴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분명 이 지점에서 정확히 멈춰 설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조금의 오차도 없이 위치해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가을/겨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년) 상세보..

사색거리들/책 2011.02.22

③ 기억은 사랑이 남긴 상처와 같다 '스탠 바이 미 The Body'

제일 중요한 일들은 말하기도 제일 어렵다 중 세 번째 편에 해당하며 자각의 가을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는 레이 브라워라는 실종소년의 사체를 찾기 위한 소년들의 짧지만, 지울 수 없는 긴 여정이자, 12살에서 13살로 넘어가는 무더웠던 그해 여름과 맞물린 성장의 이야기다. 지금의 베스트셀러 작가 고든 라챈스는 친구들(번과 테디, 크리스)과 함께 했던 이틀간의 여정, 사체 찾기의 기억들을 곱씹어 본다. 제일 중요한 일들은 말하기도 제일 어렵다... 로 시작하는 이 회고록은 이해하며 들어줄 사람이 없어 마음속 비밀로 가둬버린... 하지만 생소해진 고향의 풍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흐르는 강과 같이 여전히 존재하는... 고든 라챈스 자신의 삶 일부이자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형의 죽음 이후, 낙심한 부모의..

사색거리들/책 2011.02.21

② 어둠은 타락을 전제한 매혹과 같다 '우등생 Apt Pupil'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를 공유한다고 할 때 흔히 긍정적인 정서로의 교감을 떠올리곤 한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의 향연에 감동스러울 것 같은...? 13살의 평범한 소년이 이웃 노인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은 에 두 번째로 수록되어 있는 중편소설로... 얼핏 소년과 노인 간에 진행될 교감의 기록이라 예상할 수 있을 테다. 이런 예상은 완벽히도 맞는다. 다만, 이 둘이 각자 갖고 있거나 서로부터 나누려는 정서는 설익어 순백할 소년의 동심도 아닌... 삶의 우여곡절 끝에 갖춰냈을 노인의 지혜로울 경륜도 아닌... 폭력 그 자체다. 폭력은 동심을 타락시키고 덮어두었을 뿐인 죄의식에 다시 광기를 보탤 뿐이다. 백지와도 같았을 그것이 어른에게도 버거울 폭력적 정서라는 물감으로 채색되어가는 과..

사색거리들/책 2011.02.19

① 희망은 살아가야할 의지와 같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두 가지 사악한 속삭임이 시작점이다 사악한 속삭임 하나...! ... 20세의 레드에게는 연상의 아내에게 들어놓은 거액의 생명보험금이 탐나 자동차 브레이크에 손을 보게끔 하는 결국 아내는 물론 동승한 이웃 부인과 그 아이까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한 살인의 권유로 들려온다. 사악한 속삭임 둘...! ... 13살의 토드에게는 인간의 참혹함에 매혹을 느끼다 못해 동참케 하는 타락의 꾐으로 들려온다. 레드는 쇼생크 감옥에서 기나긴 수감생활을 시작하고, 토드는 유태인 학살의 전범 아서 덴커를 협박해 참혹한 살육의 증언들을 되살려내며 짜릿한 전율을 즐긴다. 한사람에겐 사악한 권유에 잠시 귀 기울인 대가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할 자포자기의 형벌이 내려진 상태고, 다른 한 사람에겐 사악한 권유에 동심을 맞바..

사색거리들/책 2011.02.18

일상에서의 두려움에 호소하는 힘 '쿠조 CUJO'

뜬금없는 얘기로,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각종 전자기기로 눈길을 던지는 중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한 요즘, 오프라인적인 취향 최후의 성역으로 몰려가는 책 한권을 들고 있다는 건 때론 스스로에 대한 흐뭇한 생경함을 넘어, 시대를 역행하는 중인 자신이 일면 그럴듯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싫지 않은 자존감의 고양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터벅거리며 길을 걷거나, 버스의 흔들림에 기우뚱하면서, 지하철에서의 자리다툼 와중에서도 내가 다른 사람의 낱낱을 곁눈질하며 그만의 취향을 가늠해보듯, 상대 또한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책 한권으로 나에 대한 무언가를 짐작해내려고 들 하지 않을까... 어찌 보면 터무니없을 마음가짐은 이제 제 멋대로 수를 늘려버린 나이와 하등 관련 없다는 듯 여전한데... 이 책을 들..

사색거리들/책 2011.02.07

일상을 강탈당한 마을 '살렘스 롯 Salem's lot'

당신은 지금 아름다운 마을 예루살렘스 롯을 떠나고 있습니다. 또 오십시오!정체 모를 사내와 소년... 두려움에 떨던 소년은 마을의 교회 사제에게 모든 사실을 고해한다. 그리고 다시 살렘스 롯(예루살렘스 롯)으로 돌아가기를 다짐하며, 끔찍한 기억을 되살려본다. 소름끼치는 경험 속 고향, 살렘스 롯을 방문한 소설가 벤 미어스는 그의 팬이라는 수잔 노튼을 만나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 죽은 자의 환영과 맞닥뜨렸던 마스튼 저택은 여전히 건재하고, 벤은 살렘스 롯에 대한, 마스튼 저택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실종된 두 소년, 대니와 랠피... 동생 랠피의 행방은 찾은 길이 없고, 기억해낼 수 없는 어둠속에 갇혔던 대니 또한 입원 와중 사망하게 된다. 마스튼 저택에 발로우라는 의문의 인물이 이주하..

사색거리들/책 20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