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의지는 그녀의 마지막 호흡과 같다 '호흡법 The Breathing Method'

사색거리들/책 | 2011. 2. 22. 17:00 | ㅇiㅇrrㄱi

스티븐 킹이 굴리는 건 축구공(?)이 아니다.
<스티븐 킹의 사계> 중 마지막 편에 해당하며 의지의 겨울이라는 부제의 <호흡법>은 내가 오로지 공포소설만 쓰냐며... 이 책을 읽으면 아닌걸 알거라고 호언장담하던 작가가 슬며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자 마음먹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티븐 킹 자신이 가진 큰 매력! 예를 들어 기괴함이나 음습함, 슬픔 등의 그늘진 구석에 대한 애정이 몽땅 배어 있는 작품이다. 스티븐 킹이란 공(?)을 아무렇게나 굴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분명 이 지점에서 정확히 멈춰 설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조금의 오차도 없이 위치해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가을/겨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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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뉴욕의 법률회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는 사장으로부터 이스트 35번가 249번지의 적갈색 사암(砂巖)건물에서 열리는 알 수 없는 클럽 방문을 제의받게 된다. 벽난로 위의 쐐기돌에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야기로다'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고, 스며들 듯 살금살금 다가오는 평안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데이비드는 술과 오래된 고전과 그리고 사람들이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선사하는 아늑함에 빠져들어만 간다. 기묘한 분위기의 이 클럽의 메인 룸에서는 서로 돌아가며 들려주는 온갖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만, 크리스마스 직전의 목요일 모임에선 늘 무서운 이야기만을 듣게 된다는 게 일종의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어느 해의 크리스마스 직전 모임에서... 여든에 가까운 엠렌 매캐런이란 의사가 들려주는 믿을 수 없을 이야기 한 편... 그 제목이 다름 아닌 <호흡법>이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엠렌 매캐런은 조용한 탄생의 원리와 호흡법의 개념을 깨닫게 된다. 안정적인 출산을 위한 호흡법이 검둥이들이나 행하는 미신취급을 받던 당시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호흡법의 개념을 설명해주곤 하던 중... 어느 날 미스 스탠스필드라는 여성과 대면한다. 그녀는 미혼모가 매춘부 취급을 받던 당시의 지배적이었던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홀로 아이를 낳겠다며 매캐런의 관심 속에 호흡법을 연습한다.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직장과 세 들어 살던 집에서조차 쫓겨나는 핍박 속에서도 스탠스필드는 무사히 출산일을 앞두게 되는데... 크리스마스이브 날 진통이 시작되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그녀에게 돌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일종의 교훈을 정상적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울 만큼의 난감한 전경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속까지 울렁거리게도 하지만 의지의 겨울이라는 부제에 지독하게도 맞아 들어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충격적인... 말 그대로 참담하고 비극적인 결말 앞에서조차 떠오르는 건... 위대한 모성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헌신일 수도 또는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극한의 의지일 수도 있다. 스탠스필드 그녀의 기관차호흡 소리와 연갈색 눈동자에 서려 있을 의지 자체를 이런 상황에서 느껴야한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면 어느 괴담 집에나 실릴 법한 이야기 한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클럽의 묘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단순한 괴담이 지닐 가벼움까지 져버리고 묘한 매력이 잔뜩 베인 작품으로 돌변하는 덴 두 손을 들 수밖에...!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데이비드가 문지기 스티븐스와 나누는 마지막 대화... 앞으로도 클럽에서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스티븐스가 대답한다. '이곳에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까요' 다시 말한다. '그렇고말고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죠. 안녕히 가세요' 라고... 스티븐스(스티븐 킹?)라는 이름도 그렇거니와 이야기가 무궁무진해 머지않아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 거라는 데이비드의 독백에서... 스티븐 킹의 장난기(?) 마저 느껴지는데...

킹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묘한 클럽의 분위기처럼 내 머릿속은 온통 문학적 상상력과 이야기들로 가득하니... 독자들은 끊임없이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라는 독자들에 대한 다독거림의 당부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아니었을까...?

여기에 <스티븐 킹의 사계> 마지막 편까지 읽느라 고생스러웠을 독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덧붙인다.

아주 장난기 가득이다. 안녕히 가시라니...ㅡㅡ;

아... 스티븐 킹이 굴리는 게 축구공이 아닌 무어냐고...? 예전에 써 먹었던 답을 재활용하자면... 이렇다...

읽은 사람만이 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