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퇴근길의 1호선. 머리 위로 가득 걸린 형광등의 푸르스름한 불빛이 부끄럽게도 밝은 시간이 이어진다. 조금 참아보자 했다. 도착역을 채 몇 정거장 남기지 않았으니 울컥 하는 마음 한편 추스르고 아무 일 없는 듯 가만히 있어보자 했다. 더 이상 읽어 내릴 수 없어 황급히 책을 덮는 심경이란 게 얼마만인지 기억나지도 않으니... 감정의 울렁임과 닿아있을 즐거움 대신 아직도 이리 감상적인가 싶은 생소함이 일종의 굴욕감으로 이어진다. 참 나... 몇 장만 넘기면 되는데 그 몇 장을 넘기지 못하는 나약함이란....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책의 나머지를 덮어버리곤 지나치게 밝은 형광등 쪽으로 고개를 들어야만 했고 그리 바라보는 하얀 빛은 왠지 파르스레한 차가운 기운마저 머금고 있었다. 고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