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뜻한 밤기운에 얼굴의 남은 온기마저 휘발되는 자정 무렵,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치곤 한다. 음식물 분리수거라는 옹색한 핑계 아래 서둘러 채비하고 나서는 짧은 밤 마실. 고단한 하루를 매듭짓기 위한 의식마냥 매일 되풀이되지만 실상은 담배 한 개비의 분량만큼 주어지는 매캐할 여유시간일 뿐이다. 라이터와 담배 등 잊은 준비물이 없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가끔은 매의 눈길처럼 뒤꼭지에 꽂혀드는 불편한 시선도 느껴내지만 고집불통으로 집을 나선다. 그런데 정해진 나의 동선 언저리에서 숨죽여 배회 중인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방으로 뒤섞인 음식물 냄새에 이끌려 왔다 인기척에 놀라 얼음처럼 굳어 버린 고양이 한 마리. 까닭 없이 미운 고양이 한 마리. 집을 나서며 받아낸 눈길에 몇 배 더한 위협의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