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속도계 하나 달린 걸 위안삼아 타고 다니던 고물자전거로 할아버지 뒤를 좇다보면 이제는 사라져버린 한옥 한 채... 할아버지 댁에 이르곤 했다. 강단지게 자라나길 바라셨던 건지 늘 자전거로 따라올 것을 원하셨던 탓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리를... 대로변의 씽씽 거리는 차들 뒤로 숱하게 달음질쳤다. 그리 어렵게 도착한 할아버지 댁에선 늘 설렐 수밖에 없는 나만의 놀이거리들이 기다리곤 했으니... 정원에 딸린 연못의 붕어들에게 드리우는 밥풀떼기 낚시가 그 중 하나였고, 골목어귀의 만화책 가게도 하나, 무엇보다 삼촌들이 방치한 불법 비디오테이프 관람은 그 중 백미(?)였다. 철저한 사생활보호원칙에 준한 우리 조상들의 건축기술 덕분으로 한옥의 구석으로 위치한 외딴 방에선 은밀한 영화 관람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