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감독... '장 피에르 주네'... 별난 여자 '아멜리에'

영화/음악 | 2009. 5. 5. 18:29 | ㅇiㅇrrㄱi

영화를 보는 재미를 찾을 때,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른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 영화를 선택하고, 바라보곤 한다. 제일 흔한 선택법은 '본인의 심정 따라가기' 라고나 할까? 마음에 드는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골라 그 배우의 모습만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볼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외로울 땐 로맨틱 코메디를, 머릿속 갈증이 느껴질 땐 무한한 상상의 그림을 펼칠 수 있는 SF를, 극한 분노의 심정에선 공포물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다. 그 외 셀 수 없는 다양한 관점과 방법들이 있겠지만... 또 하나의 유익한 영화보기 방법엔 '감독 따라가기'가 있다.

어느 한 영화를 보기 이전 또는 이후, 그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이가 이전부터 스크린 속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되씹어볼 수도 있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장면속에서 감탄스런 감동을 유추해낼 수도 있고, 또 부수적으론, 지적 만족감... 즉 영화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독의 영화를 섬렵했다는 자긍심에 행복해할 지도 모를 일이다.

장 피에르 주네(Jean-Pierre Jeunet)
... 17살이란 나이에 다니던 학교까지 때려치우고 영화계에 발을 들인 그는 여러 단편애니메이션과 단편영화를 거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91년 인육을 먹는 가상사회를 그린 기괴한 코미디 <델리카트슨 사람들 Delicatessen, 1991>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어두운 인물들과 왜곡된 화면,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정교한 세트, 시각적임 화려함으로 표현된 기이한 판타지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이어서 95년 꿈을 꾸지 못해 조로하는 존재인 프랑크가 꿈을 훔치려고 유괴한 아이들을 찾아가는 거인 차력사와 소녀의 이야기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The City Of Lost Children, 1995>에서 더욱 심화됐다.

재미를 떠나서 온통 암울함과 기괴함으로 일그러진 영화 속 인물들과 화면의
색채는 전 세계적인 '주네 매니아'를 양산시키게 된다. 사랑을 찾아 파리 몽마르뜨를 누비며 행복을 감염시키는 별난 여자 <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Amelie Of Montmartre, 2001>에서 주네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특수효과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빛을 내며 두근거리는 심장, 서로 싸우는 사진 속 사람들, 스스로 불을 끄는 스탠드 인형, 물처럼 흩어지는 아멜리에 등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아멜리에>의 특수효과엔 그저 그런 영화적  잔 기술에 대한 감흥이 아닌 보는 이의 가슴에 파장을 만드는 특별한 여운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전 영화 속에서의 음울한 분위기가 감독 자신의 고집이 반영된 결과라면... <아멜리에>에서의 눈부시게 밝은 쾌활함은 영화를 보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감독의 배려라고 말하는 주네의 영화적 변신은 성공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감동적인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도미니크 피뇽'을 비롯한 몇몇 배우의 변신, 극닥적으로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해 도미노가 쓰러지듯 장면과 장면을 연결시키는 놀라운 상상력, 헐리우드 영화 <에이리언4 Alien: Resurrection, 1997>에서도 숨기지 못하고 흘러 나오는 주네만의 묘한 색채는 그의 영화를 훑어보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