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씨의 UCR 방문기...! - 미국 ②

사색거리들/여행 | 2013. 3. 18. 14:40 | ㅇiㅇrrㄱi

 

지난 번 스토니브룩에서도 그랬었지만, UCR도 마찬가지로 생소함 자체였지. 다들 'UC+뭐시기'라고 학교 명칭을 부르는데... 왠지 '비콤C'란 비타민 생각도 나고, '무한도전'의 MC인 유모씨(?) 생각도 나고 그랬던 거야. 정문쯤이라고 부를만한 곳 앞에서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란 풀이를 접하고 나서야 대강 눈치 챘지. 아하... 'UC'가 대학명칭에 붙는 곳들은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지역별 캠퍼스 쯤에 해당되겠구나...!

 

 

U.C. Riverside의 첫 인상이 왠지 생소했던 건 위 사진에서의 풍경때문이었어. 무슨 학교가 정문이 없는거야. 우리는... 정문이 있고, 중문이 그리고 후문 내지 쪽문 등등까지 대단한 존재감(?)을 갖잖아? 몇 개의 문만으로 대학 캠퍼스 전체를 감싸앉을 수 있으니 대단할밖에. 그런데 그럴듯한 외양의 문은 고사하고,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라니...!

 

 

 

한참을 걸으니 대학캠퍼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더군. U.C. Riverside는 UC 계열 중 학생 수가 제일 적은 편이기도 해. 물론, 학생 수와 상관없이 다른 UC계열 학교들처럼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야. 이 대학은 1970년에 남 캘리포니아의 농업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가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1954년 문학계와 과학계 학부가 창설된 후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의 한 학교로서 현재 약 9,000명의 학생과 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종합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지?

 

 

드디어 U.C. Riverside의 Thomas Rivera Library를 만나게 됐어. U.C. Riverside의 도서관은 Thomas Rivera Library, Raymond L. Orbach Science Library, Music Library, Media Library 의 4개 도서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어, 200만여 권의 단행본, 28,000여 건의 인쇄 및 전자저널, 170만 건의 마이크로폼, 30만 건에 달하는 정부기관 자료 및, 165,000건의 eBook 자료 등을 소장하고 있고... 주 도서관격인 Thomas Rivera Library는 4대 총장이었던 Thomas Rivera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는군...?

 

 

Thomas Rivera Library를 탐방하면서 상당히 생소했던 부분은, 우리의 경우 불교학 자료를 우리만의 특징적인 장서구성의 하나로 내세우는 것처럼 8만 여권에 달하는 과학 소설 및 판타지 소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었어. 해당 분야에 대해서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소장 중이라는데, 학문적 또는 보존 차원에서 가치 있는 자료들을 도서관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는 여타 대학도서관의 경향에 비추어 보면 의외라고 할 수 있지. 여기에 수 만 종에 달하는 동호회지(fanzines), 만화책(comic books) 등도 이 도서관의 특색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인데, 실제 상당량의 서가가 관련 책자들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

 

 

어찌 보면 국내 어린이 도서관에 들어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었지만, UC 계열의 대학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 대한 문화적 공헌을 위해 외부인에게 전면 개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익한 평을 얻고 있을 거라 짐작했지.

 

 

자료의 대출까지 전면 허용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 당국의 세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허울만이 아닌 실제적으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장서 구성을 보인다는 점은 국내의 경우와 사뭇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었어. 일례로 국내의 국공립 대학 도서관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도서관 출입을 허용하고 있는지 몰라도, 정작 도서관의 핵심자원이라 할 수 있는 장서 구성의 과정에는 외부인들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야.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Thomas Rivera Library의 이러한 장서 구성은 외부인의 도서관 이용을 유발시켜서, 기부를 통한 대출허용제도를 활성화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전 세계 사서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책 놓을 공간은 넉넉하세요?

어딜 가나 사서들의 첫 번째 질문은 '공간부족'의 현실과 그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 UC 계열의 대학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U.C. Riversade는 SRLF(Southern Regional Library Facility)를 부족한 자료 수장 공간에 대한 대책으로 활용하고 있더라고.

 

그럼 UC계열의 대학도서관들이 공간부족에 대처하는 자세(?)를 자세히 알아볼까? 바로 지역도서관시설(Regional Library Facilities), 약어로 RLF라고 불리우는 시설이 그들의 해답이었지. 일종의 공동보존서고라고 이해하면 돼. RLF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열 개의 UC 캠퍼스 도서관과 캘리포니아 주립도서관(California State Library)의 자료를 위한 공유시설로, 북부 캘리포니아지역의 리치몬드시(Richmond)에 소재하고 있는 NRLF(Northern Regional Library Facility)와 남부 캘리포니아지역의 UCLA 캠퍼스내에 소재한 SRLF(Southern Regional Library Facility)의 두 개 시설로 구성되어 있어.

 

NRLF는 UC의 버클리, 샌터크루즈, 샌프란시스코 및 데이비스 캠퍼스, 그리고 2004년부터 새로 생긴 머세드 캠퍼스 도서관까지 지원하고 있고, SRLF는 UC의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어바인, 샌타바바라 그리고 이번에 방문하게 된 리버사이드(Riverside) 캠퍼스를 지원하고 있는거야. SRLF와 NRLF의 두 보존서고에 소장된 장서는 모든 캠퍼스의 운영과 서비스에 완전히 통합되어 광범히 사용되고 있고, UC시스템 전체의 공유 정보자원으로 관리 및 운영되고 있다는군. 이용자들이 안보는 자료들을 폐기차원(?)에서 모아놓는게 아니라 지속적인 이용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  

 

SRLF는 1987년에 1단계 건축이 완료되었고, 1995년에 2단계 건축 완료시, 서가구성은 적어도 6백만 권에 해당하는 수용능력을 제공하도록 마련되었다네...? 건물은 서가 공간 뿐 아니라 직원 및 열람자 공간을 가지도록 설계되었고, 추가의 공간이 필요하게 될 때 새로운 서가를 구축할 수 있는 융통성까지 부릴 수 있다는군. 다시 말하지만, 이 공동보존서고에 보관 중인 자료들은 버려지는게 절때루! 아닌거야. 공동보존서고의 모든 자료를 통합 검색해낼 수 있도록 UC의 열 개 캠퍼스 도서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종합목록인 MELVYL에 포함시키고 있고, 소장정보를 확인하거나, 열람 신청하거나, 문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거지.  

 

전 세계 사서들이 다음으로 궁금해하는 것! 근래의 디지털화 흐름엔 어찌 대응하시나요?

이 질문을 던지고나서 뭔가 복잡다양한(?) 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간단하더군. CDL(California Digital Library)로 끝...! CDL은 U.C. Riverside를 비롯한  UC계열 대학 도서관이 학술지원, 장서와 서비스 구축, 기술혁신과 협력촉진을 위하여 1997년에 11번째  UC 도서관의 일원으로 설립된 전자도서관이야. 1997년 Califomia 대학의 총장을 역임한 Emeritus Richard Atkinson에 의해 설립 되었고, 자원과 소장 자료를  좀 더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계열 대학 도서관을 지원하고 도서관의 장서와 서비스 개발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기관 자체에 부여하기 위해 총장실 산하 직속 기관으로 설정되어 있다는군.

 

전자도서관(Digital Library)이라고 하니 전자책이나 전자저널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거야. 이 CDL는 별도의 독립부서답게 단순히 전자적 매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었어. CDL의 업무적 활동을 살펴볼까? 

 

① UC계열 도서관이 전자 자료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접근 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서의 통합적인 디지털화 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② UC계열 도서관 뿐 아니라 타 대학 도서관이 자관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각종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개발을 위해 도서관 간 상호 협력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④ 대학과 대학 도서관이 서비스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학술정보 시장에 대한 연구 작업에 투자하고,

⑤ 캘리포니아 주 정부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one-stop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며,

⑥ 다양한 형태의 전자 자료에 대한 장기간의 보존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으며,

디지털화된 학술정보 자료들을 일반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고,

⑧ UC계열 도서관 뿐 아니라 산하 각 부서들이 생산하는 디지털 형태의 자료들에 대한 저장소를 제공하여 이들 정보의 재가공 및 출판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⑨ 각 도서관을 대표하여 각종 정기간행물, 논문, 데이터베이스 등에 대한 라이선스를 구매해, 산하 대학들의 자료 구매비용을 연간 수백 만 달러씩 절약케 하고,

⑩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각종 도서관, 연구기관 등의 자료를 통합적으로 검색하고 접근할 수 있는 통합 목록을 생산 및 제공하고 있으며,

⑪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생산되는 비도서 자료(필사본, 사진, 그림 등의 각종 예술품)에 대한 유일한 접근점을 제공하고... 등등등...! 

 

우리 중앙도서관도 그렇지만 국내 대학도서관의 경우 각종 디지털화 작업은 각 대학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자료 이용을 위한 접근점 또한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또, 단기간의 사업으로 끝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자료 가공 및 보존 대책이 전무한 게 현실이지. 이에 대한 보완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국가 통합적인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대부분 석박사 학위논문, 학술지 등으로 그 작업 대상이 제한되어 있고, 작업 과정 또한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드러내고 있지.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미국 전체 도서관을 관할하고 있진 않으나 CDL을 통해 도서관의 주요 업무 방향을 통합하고, 통일성 있으며,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부러운 대목 중 하나였어. 우리의 경우에도 정부의 프로젝트성 사업 수주를 통한 불교 관련 아카이빙 구축 작업을 넘어서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됐다. 불교종립대학의 일원인 만큼 최소한 불교관련 자료만을 대상으로라도 해서 전국적인 관련 장서수집, 자료변환 및 보존, 디지털화 등에 대한 구심점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 관련 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면 불교종립대학, 불교종립대학 도서관으로서의 내실을 기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장기적인 안목의 필요...!!!

아무튼...  RLF라고 하는 공동보존서고를 통한 공간부족문제 타개, CDL을 통한 자원의 디지털화와 접근점 제공 등이 UCR을 방문과정에서 인상깊게 접한 대목이었어.

 

사실... 이런 구체적인 해법(?)보다 더 감탄했던 건... 이미 1980년대 후반에 공동보존서고에 대한 계획마련 수준을 넘어서 실제 공동보존서고를 마련했다는 점이지. 국내 대학도서관에서는 이제야 공동보존서고에 대한 절실함 속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거든... 우리보다 무려 25년여를 앞서 있다는 생각...! 

 

CDL도 마찬가지였어. 전자도서관이란 가상의 개념을 넘어서 실제 존재하는 또 하나의 부서로 만들고, 모든 관련 서비스를 통합관리하고 있다니까... 왠지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IT기술은 우리가 한참 앞서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당면과제에 IT기술을 접목시키고, 우리의 삶에 맞춰 IT기술의 방향을 잡아가는 쪽은 한참 뒤쳐져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

 

조바심을 내거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따라잡기 보다는 공간문제 해결이든 전산화든... 모든 일을 진행함에 있어 늘 멀리 보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UCR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이런 장기적인 안목의 필요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