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이란 작품의 저자 미나토 가나에, <속죄>의 저자 미나토 카나에...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니라, 동일인이라는 지적. 출판사의 서로 다른 저자명 표기로 인해, 내가 있는 도서관에서는 각기 다른 인물로 검색이 된다는 오류. 일본작가들 특유의 기발한 구성과 빠른 전개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신예작가. 그의 작품을 읽고부터는 여타 추리소설에 손이 가질 않는다는 극찬.... 미나토 카나에의 첫 인상에 대한 소회는 그러했다.
공기 좋은 외딴 마을. 일본 최고의 정밀기기 회사인 아다치 제작소의 공장이 신설된다. 회사 중역의 딸인 에미리가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고, 마을 토박였던 아이들... 사에와 마키, 아키코, 유카는 그녀와 어울리며 도회지의 새로움을 접하게 된다. 오봉을 하루 앞둔 날, 이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5명은 학교 교정에서 배구놀이에 열중하다 낯선 남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수영장 탈의실의 환기구 점검을 잠시 도와달라는 남자. 일행 중 단 한명... 에미리만이 남자를 따라 나서고,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던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범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증언 이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년 후, 에미리의 엄마 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기전 아이들을 다시 부른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살인자라고...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범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복수를 하겠다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속죄를 하라고 다그치곤 마을을 떠난다.
<속죄>는 살해당한 피해자의 부모가 던진 한마디를 평생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게 되는 네 아이들의 이야기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나름대로의 정신적 상흔을 갖게 된 아이들이 속죄해야한다는 강박을 풀어내기 위해 고단하게 살아가는 과정이 옴니버스식으로 엮여 있다. 한참이나 어긋나 보이는 이들의 속죄가 거듭되면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에 실마리가 잡히게 되고... 아이들을 비정상적으로 성장케 하는데 결정적이었던 또 다른 누군가의 참회와 진범의 정체, 그리고 진정한 속죄의 의미에 대한 단상(斷想)이 그 뒤를 잇는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 느끼는 아이들이 죄책감의 방어기제로 부리는 건 회피와 외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아이들 누구라면 갖고 있는 절대적인 치유력으로... 최소한 시간에 의한 망각때문이라도 죄책감의 상처는 아물수도, 딱지에 덮힌 채 감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상력이 고갈되는 과정이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죄책감이든 자책이든, 지나가는 시간의 양에 비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한때의 기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사코의 피 토할 듯한 격분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저주 그 자체, 현실의 세계로 아이들을 내몬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떠올림 그리고 속죄의 의무라는 제한된 현실은 이들의 이후 삶을 더욱더 왜곡시켜버리는 것이다.
작가는 외상으로 어긋난 삶의 궤적들을 덤덤히 보여준다. 각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엔 고단함이나 괴로움이 가득인 반면, 작가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건조함이 가득이다. 깊히 상처받은 자들의 이야기속에서 따스함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얘네들은 너무 아프다고, 정작 속죄해야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죄를 덮어쓴거라고, 억울하다고... 나서 줄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를 찾게 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인물들의 제한된 시선만이 나열되는 듯 싶고, 속죄를 위한 순교자(?)적 삶을 선택한 아이들이 저마다 겪게되는 상황이란게 지나치게 가혹한데다 우연적이어서... 정서적 동의보다는 구성의 신선함에 대한 감탄만이 남는다. 작가는 딱 거기서 머물러 있다.
그래서인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세밀하다거나 짜임새있다거나, 작가의 깊이 있는 철학에 끌린다거나 하는 식의 감흥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게 된다.
아무튼... 다시 한번 그 장소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했던건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15년전 필요했던 건 너무나 간단한 방식의 애도였을거라 씁쓸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의미의 속죄란 삶의 형태로 갚아나가는게 아닌 그저 마음가짐 자체에 다름아닐 수 있다는 여운만을 힘겹게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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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은 외딴 마을. 일본 최고의 정밀기기 회사인 아다치 제작소의 공장이 신설된다. 회사 중역의 딸인 에미리가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고, 마을 토박였던 아이들... 사에와 마키, 아키코, 유카는 그녀와 어울리며 도회지의 새로움을 접하게 된다. 오봉을 하루 앞둔 날, 이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5명은 학교 교정에서 배구놀이에 열중하다 낯선 남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수영장 탈의실의 환기구 점검을 잠시 도와달라는 남자. 일행 중 단 한명... 에미리만이 남자를 따라 나서고,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던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범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증언 이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년 후, 에미리의 엄마 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기전 아이들을 다시 부른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살인자라고...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범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복수를 하겠다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속죄를 하라고 다그치곤 마을을 떠난다.
<속죄>는 살해당한 피해자의 부모가 던진 한마디를 평생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게 되는 네 아이들의 이야기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나름대로의 정신적 상흔을 갖게 된 아이들이 속죄해야한다는 강박을 풀어내기 위해 고단하게 살아가는 과정이 옴니버스식으로 엮여 있다. 한참이나 어긋나 보이는 이들의 속죄가 거듭되면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에 실마리가 잡히게 되고... 아이들을 비정상적으로 성장케 하는데 결정적이었던 또 다른 누군가의 참회와 진범의 정체, 그리고 진정한 속죄의 의미에 대한 단상(斷想)이 그 뒤를 잇는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 느끼는 아이들이 죄책감의 방어기제로 부리는 건 회피와 외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아이들 누구라면 갖고 있는 절대적인 치유력으로... 최소한 시간에 의한 망각때문이라도 죄책감의 상처는 아물수도, 딱지에 덮힌 채 감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상력이 고갈되는 과정이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죄책감이든 자책이든, 지나가는 시간의 양에 비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한때의 기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사코의 피 토할 듯한 격분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저주 그 자체, 현실의 세계로 아이들을 내몬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떠올림 그리고 속죄의 의무라는 제한된 현실은 이들의 이후 삶을 더욱더 왜곡시켜버리는 것이다.
작가는 외상으로 어긋난 삶의 궤적들을 덤덤히 보여준다. 각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엔 고단함이나 괴로움이 가득인 반면, 작가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건조함이 가득이다. 깊히 상처받은 자들의 이야기속에서 따스함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얘네들은 너무 아프다고, 정작 속죄해야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죄를 덮어쓴거라고, 억울하다고... 나서 줄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를 찾게 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인물들의 제한된 시선만이 나열되는 듯 싶고, 속죄를 위한 순교자(?)적 삶을 선택한 아이들이 저마다 겪게되는 상황이란게 지나치게 가혹한데다 우연적이어서... 정서적 동의보다는 구성의 신선함에 대한 감탄만이 남는다. 작가는 딱 거기서 머물러 있다.
그래서인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세밀하다거나 짜임새있다거나, 작가의 깊이 있는 철학에 끌린다거나 하는 식의 감흥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게 된다.
아무튼... 다시 한번 그 장소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했던건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15년전 필요했던 건 너무나 간단한 방식의 애도였을거라 씁쓸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의미의 속죄란 삶의 형태로 갚아나가는게 아닌 그저 마음가짐 자체에 다름아닐 수 있다는 여운만을 힘겹게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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