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영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기억속 소중한 이 | 2016. 7. 4. 18:41 | ㅇiㅇrrㄱi

  휴일날이었던 기억이 있고... 잠이 덜깬 아침부터 이게 왠 장난질들인가 싶어 인터넷 매체의 무례할만큼 생략이 가해진 기사들에 잠시 분개했던 기억이 있다. 오보이거나 그저 가벼운 병환 정도겠지 하는 바램섞인 마음이 있었고, 입원에서 사망으로 그리고 서거라는, 익숙한 듯 낯선 단어들이 오락가락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아파트 복도로 나가 한참동안 피운 담배에 속이 텁텁했었고, 이른 아침 늦봄의 하늘은 쾌청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저 황망히 웅크리고 있었던 한참동안의 기억이 있고, 사뭇 다른 표정과 반응에 겁에 질린 딸아이를 보면서 대통령 아저씨가 돌아가셨데, 돌아가셨데... 맞아, 하늘나라로 가신거야... 그렇게 설명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왠지 나가야할 것 같아 서둘러 외출준비를 하고 무작정 의정부 고개쪽으로 차를 몰았더랬다. 사위가 어둑해지는게 꼭 비가 쏟아질 것 같았고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마치 그 언젠가 영월역 앞에서 나를 밟고 넘어서는 교도대 전투경찰의 등쌀에 눈앞에 내동댕이쳐진 큼지막한 금테안경을 주으려 무심히도 손만 뻗었던 때 마냥 긴장감 약간, 두려움과도 비슷한 극심한 분노 같은 심정에 흠씻 지쳐버린 기억이 있다. 유명만화에 소개된, 언젠가 연애시절 찾았던 부대찌게집엘 들려, 라면사리 하나를 넣고 와이프와... 딸아이와 점심식사를 했더랬다. 휴일임에도 번잡하지 않아 한산한 식당분위기에 안심했던 듯 싶고, 익숙한 만화의 몇 컷이 걸린채 홍보물 역할을 하고 있기에 신기한 듯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별일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시큼한 찌게 한술에, 잠시 충격이었을 그 일은... 그래... 잠시의 혼란스러움이나 슬픔 그 비슷한 감정이었을 뿐, 나와는 너무 먼거리에서, 다른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의 일일뿐이니 무사히 지나쳐갈 것 같다며 내 자신에게 위로 비슷한 걸 했던 기억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배회할 곳이 마땅찮아 장암삼거리부터 시작되는 고질적인 교통정체에 운전석 등받이로 잠시 몸을 편히 기대 네비게이션의 지상파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모분위기로 돌아서, 고인의 옛모습 찾아내기에 여념없음은 채널을 어디로 돌리나 마찬가지였고, 고정시켜놓았던 채널은 YTN이었던 기억이 있다. 이른 오후임에도 낮게 가라앉은 햇살에 덩달아 주변의 공기는 무거웠고, 잠깐의 소나기가 자동차 지붕위를 두들겨 우르릉 소리가 일었던 것 같다. 이른 새벽 삶을 마감하셨다는 분은 조그만 LCD안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애창곡이었다는 양희은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끝도 없는 교통정체를 뚫고 들려오는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어쩌면 그때까지 그게 무어든간에 참고만 있었나 보다. 수십년간을 웃음이나 울음과 같은 지극히 본능적이라할 감정표출은 나 홀로, 내 자신만을 상대한 의사수단이라 여기며 살았던 탓에 웃으며 입꼬리를 올리는 자연스러운 동작조차 얼굴근육에 수이 반영되지 않은 나였더랬다. 남들보다는 한걸음 뒤쳐져 반응하거나 아예 반응하지 않는게 상책이라 여기기에 그간의 오해도 많은 나였더랬다. 그렇게 꾹꾹 누르고 눌러, 일상의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시간을 버티려 애쓰는 셈이었고... 그 노래소리... 통기타를 치며 어수룩히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자하니 다스릴 수 없게 울컥하는 심정이었던 기억이 있다. 가벼운 울컥임이 아니었기에, 와이프와 딸아이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고개 어느 지점이었던가, 참질 못하고 통곡하고 울어버리는 내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었더랬다. 지독스런 교통체증에 길가로 차를 멈춰 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1차선으로 여전히 가다 쉬다 운전은 하면서도 그냥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있다. 겁에 질려 조그마한 목소리로 제 엄마에게 아빠가 왜 우냐고, 백미러 너머 눈물 그렁그렁한 눈길로 묻는 질문에, 대통령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슬퍼서 그런거라고 괜찮은거라고 달래는 와이프의 목소리에 더 서럽고 서럽게... 목놓아 운다는게 이런거구나 싶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느닷없이 찾아온 눈물은 또한 느닷없이 사라져갔다. 홀가분함이라 가장된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고 그렇게 집으로 향해버린 5월의 어느 날이... 끝없이 밀려있던 데루등처럼 지나치도록 길게 이어졌다. 마침 들른 마트에 딸아이와 와이프를 들여보내고는 다시 쏟아지는 비를 피해, 주차장 아래층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있다. 휴대폰 너머 어머니는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데... 못난 사람이다라고 하셨고, 정말 돌아가신거다라며 한마디 돕던 차에 다시 목이 메었던 기억이 있다. 또 그렇게 느닷없이 울어버렸던 몹쓸 기억이 있다.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준다며 펑펑 옥수수알을 튀겨내는 팝콘기계의 번잡스러움과 팝콘의 단 냄새가 근방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다음 날이었나, 또 다음의 날이었나... 대학동기와의 침통한 대화가 있었다. 몇 달만의 만남은, 몇 년만에 찾아가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루어졌고, 그날도 하늘이 무겁게 가라앉았던 것 같다. 혹은 무더운 열기에... 사람들의 몸에서 뿜어내는 열기이거나, 호기심 또는 추모의 분위기속에 길게 이어져간 서로 비스무레할 마음의 열기이거나... 한 여름때마냥 더운 땀에 눅눅해져갔던 기억이 있다. 다른 복장에, 다른 얼굴로... 같아보이는 마음으로 쉬지않고 지하철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떼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질서를 유지시킨다 반듯이 줄을 세우고, 누군가는 국화꽃 한송이를 나누어주기도 하고, 어느 어린 학생은 갈증을 이기라 생수 한잔씩을 수줍게도 따르고 있었다. 흘러버린 옛 추억마냥 녹화된 테이프에서 살아나온 고인의 덤덤한 목소리가 있었고, 사방을 도배한 노란색의 리본들이 날리었으며, 누군가들이 적어내려간 추모의 한구절이 아스팔트길 바닥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 동기와는 그렇게 두어 시간을 단 한마디만을 나눈채 외면했던 기억이 있다. 그 한마디는 많이 울었냐... 라는 녀석의 뜬금없는 질문이었고, 내 뒤통수가 답이라는 듯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던 기억이 있다. 당황스러울만치 짧은 시간동안의 분양이 있었고, 대학 동기와 인근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길을 막아서며 돌아가라는 전경녀석의 안내에 오던 길을 거슬러 돌아갔더랬다. 기다리는 사람들과... 지나치는 사람들, 무엇때문에 그리도 무거운 복장으로 숨막히게 길을 막고 정렬해 있는지 몰라 발로 한번 걷어차버릴까 싶은 전경들을 지나쳐 광화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여전히 대학 동기와는 걷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느닷없이 있지도 않을 성 싶은 가래를 모아 어느 건물의 정문 앞에 시원스럽게 뱉어버리는 녀석때문에, 그 곳이 조선일보 건물이었음을 알게 됐던 기억이 있다. 시원한 맥주한잔 마실까라는 대학 동기의 제의에 오늘은 말자라고... 가볍게 거절하고 헤어져, 무작정 종로길을... 뒷 골목을 한참 걸었더랬다. 조문이 이어지고, 조문이 또 이어지고... 울어버린 사람이 있지만,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고... 잘 죽었단 사람들도 있었더랬다. 평생 마주칠 일 없을,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모르는 한 인간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조문하는 TV속 광경에... 저 새끼가 분명 대국민 유감표명이라도 한답시고 지껄였던 기억이 있었는데, 정말 그리했는지 가물거리는 기억이 있었더랬다. 쥐새끼라는 별칭은, 전통적인 욕의 범주로 포함되질 않아 그 상스러움이 부족하다며, 저 새끼는 개새끼다 라고, 개새끼여야 한다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추도사를 낭독하는 목소리... 대통령님, 대통령님, 대통령님 하는 부르짖음은... 누군가가 청명히 하늘을 가르고, 심장마저 가르는 듯 파고드는 소리라던 일렉기타의 울림과 같았고... 얼마전마냥 통곡하진 않았으나... 눈물이 그렁그렁해 울어버릴 지경이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기억이... 떠나보내거나 그리워하거나, 또는 분개해 하거나 하는 등의 잡스러운 기억이 있었더랬다... 모든 기억은 이제 오랜 시간속의 기억이 되었고, 기억속 어느 날... 덕수궁 담길 한켠에서 받아 양복 윗저고리에 걸었던 근조 리본은, 여전히 사무실 컴퓨터 앞 구석에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다. 그만 치워버리라는 직장 상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계속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며... 설령 치워진다 한들, 그 한때를 보낸 내 마음 속 그의 리본은 늘 달려 있을 것이며... 그렇기에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