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대결... '데스퍼레이션 Desperation'

사색거리들/책 | 2009. 10. 14. 15:25 | ㅇiㅇrrㄱi

둘째 아이 출산 전날... 병원에서 읽을 만한게 없을까 싶어 스티븐 킹 관련 서가에서 두리번 거리다 고른 책...

데스퍼레이션 1
국내도서>소설
저자 : 스티븐 킹(Stephen King) / 한기찬역
출판 : 황금가지 199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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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레이션 2
국내도서>소설
저자 : 스티븐 킹(Stephen King) / 한기찬역
출판 : 황금가지 199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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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릴러 장르 작품에서 그렇듯, 특히나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헌사(?)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대단한 마력을 지닌 책이다...!!!
둘째 아이와 배우자의 건강과 행복한 앞날(?)만을 그려야할 산부인과 병실에서 읽을만한 책은 분명 아닙니다만, 위의 헌사가 그저 광고삼아 실려 있는 건 아니구나 싶은 빠져듬을 심각하게 느꼈더랬습니다.

나중에야 확인해봤지만, 짐작한대로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고,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가 태반이네요.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인물 하나하나가 겪게 되는 믿음과 불신, 선과 악에 대한 갈등, 공포와 두려움을 영상화하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았을 겁니다. 감독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의 가능성을 혼재시키기 보다는 단일장르로의 명확한 입장하에서 작업하는게 더 수월했을텐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고뇌보다는 액션이나 공포 등으로 내용 자체를 압축할 수 밖에 없었겠죠.

킹이 그려낸 진득한 고민보다는, 외형만을 따오고 대사 몇마디 정도에서 원작에 대한 충실함을 따르려니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말도 안되는 공포-잔혹-환타지물에 진력이 났을 겁니다.

사실... 독수리에 빙의된 절대 악(惡)의 '극단적인 분노와 두려움' 따위를 어느 감독이라고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싶네요...^^

여행중 50번 고속도로를 지나던 피터와 매리 부부, 돌연 나타난 경관에 의해 마약소지자로 몰려 외딴 광산마을 '데스퍼레이션'으로 끌려갑니다. 경찰서 계단에 목이 부러져 죽어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시체 그리고 이게 꿈이었으면 하고 끝을 보는 피터. 50번 고속도로를 지나던 카버씨네 가족들도 경관에 의해 데스퍼레이션으로 끌려갑니다. 오토바이 유람 중이던 유명한 소설가 조니 마빌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조니의 뒤를 좇아 데스퍼레이션을 찾는 스티브와 신시아... 선의 '하나님'과 악의 '' 사이의 무서운 전쟁속에 이들이 끼어듭니다.

잔인한 하나님의 정의로운 의지 그리고 그에 반하는 악의 존재와의 혈투라고 본다면, 어린 소년 데이비드를 매개로한 신에 대한 성찰을 주라 본다면, 일종의 종교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킹이 전도사적인 입장에서 책을 쓸 작가 같아 보이진 않으니, 언제나 승리하는 하나님에 대한 귀의 보다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극단적인 공포속에서 사랑이나 믿음이란 키워드를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대한 빠른템포의 공포심리소설 정도로 보는 건 어떨까...?

아무튼 인간 아닌 존재들간의 싸움속에서 무수히도 많게(아마도 수백?) 죽어나가 소설 한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고한 데스퍼레이션 주민들의 참담함을 감안하면,

산부인과 병실에서 읽을 만한 책이 아님은 아무리 고려해봐도 부인할 수 없네요...ㅠㅠㅠ